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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웃는 얼굴
글쓴이 한영옥

32살 결혼이 하고 싶었습니다. 30대 부터 여기 저기 소문을 내며 여러 사람과 소개팅 하여 봤지만 이렇게 제 짝을 찾기란 여려운 일이었네요. 제 짝은 진짜 없는 건지 이러다가 결혼을 못할까봐도 불안하였습니다. 그래도 포기 할 제가 아니죠. 듀오를 검색하여 보니 회원비가 너무 비싸고 연관 검색어에 소울메이팅이 써져 있더라구요. 검색해서 들어가니 스피드데이팅으로 간단한 다과비만 내면 참석이 가능했습니다.

추운 겨울날, 2시간 걸려 압구정동까지 가야했지만 제 짝을 찾기 위해서라면 눈이 문제겠습니까. 폭설이 내려도 눈을 헤치며 가야죠. 이상한 곳일까봐 걱정도 했지만 이상하면 그냥 나오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한껏 꾸미고 검은색 무릎 부츠를 신고 추위를 헤치며 갔지요.

분위기가 괜찮은 장소, 테이블에 남녀 한쌍씩 앉아있더라구요 . 저는 7번 직녀가 되었습니다. 먼저 7번 견우와 10분정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나이가 저보다 4살이 많았는데 인상도 좋고 점잖고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이상한 곳은 아니구나 하며 안심되었습니다. 7번 견우님은 저와 사는 곳이 거리가 있어 조금 걱정을 하고 계시더라구요. 전 전혀 그런 것 상관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짝만 찾으면 됐거든요. 10분이 지나면 종이 울려요. 그럼 다음 번호 남자분이 이동하여 옵니다. 그 분과 10분 대화를 나누면 되는 거에요.

점점 남자가 많아지니 헷갈리지 않게 종이에 필기 해 두었습니다. 3명까지 선택할 수 있거든요. 이름은 모르기에 번호와 직업 등 간단히 생각 나게 적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10분 동안의 대화로 더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10분이 거북이 시간처럼 느리게 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1번 로미오, 웃는 모습이 헤맑아서 같이 웃었네요. 한살 오빠로 직업도 공무원,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 얘기도 아닌데 까르르 서로를 보며 웃었네요. 1번을 적으며 들었던 생각은 남자들은 나이가 어린 여자를 좋아할텐데 나랑 한살 차이 나서 나 안찍는 거 아닌가 하는 자존감 낮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로를 찍어야 소울메이팅 홈페이지에서 상대방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찍었던 3명 중 딱 한명과 텔레파시가 통했네요. 1번 로미오분한테 바로 문자가 왔습니다. 자기를 찍어주어 고맙고 연락하겠다는 배려심 깊은 문자 한통이 왔습니다. 한살 차이라 나를 선택해줄지 의문이었는데, 1번 로미오와 7번 직녀가 만났네요. 견우와 줄리엣은 상관없이 로미오와 직녀는 문자와 전화, 그리고 주말마다의 만남으로 가까워지며 연인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무뚝뚝한 듯 하지만 100일 일기장을 주며 사랑을 표현해주고 매주 주말마다 성실하게 즐겁게 저와 놀러다녔습니다. 그런 로미오에게 믿음과 신뢰가 느껴져 만난 해 12월에 우린 결혼으로 이어졌네요. 처음 만났을 때 웃던 그 얼굴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헤맑습니다. 그 얼굴의 미소는 로미오만의 유일한 매력이네요. 로미오가 매일 웃도록 해주고픈 직녀, 그녀가 바로 로미오 옆에서 웃고 있는 아내 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