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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내 인생의 세 가지 열정
글쓴이 노윤

  나에게는 나를 움직이는 세 가지 열정이 있다.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기 위해서, 때로는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배움을 얻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는 살아왔다. 물론 이러한 열정들 모두가 항상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때로는 이루지 못한 것에서 오는 절망이나 이미 이룬 것에 대한 무료함이 불현듯 내 마음속을 엄습할 때도 있었다. 자칫 사라져 버린 열정들 틈으로 그동안 살아왔던 나 자신마저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아직 남아 있던 마지막 열정이 마중물이 되어 나머지 열정들을 다시금 끌어올렸다.

  

  사랑은 나에게 따뜻한 안식처다. 사랑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을 만들어준다. 가장 먼저 가족들의 사랑이 있었다. 언제든지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랑이 있었기에 나는 어렵고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있었다. 그래서 두렵더라도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가족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니 사랑이 없는 공간도 많았다. 그곳에서도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그 공간을 모두의 안식처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랑의 결과가 꼭 사랑으로 되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그걸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사랑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따뜻함을 위해서 계속 사랑을 추구한다.


  배움은 나를 계속 도전하게 만든다. 궁금한 걸 참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모르는 걸 알기 전후의 모습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두 명의 자신과 같다. 배움은 마치 여행처럼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남들이 좋다는 곳보다 내가 끌리는 곳을 가야만 만족스럽다. 배움도 마찬가지로 누군가 권해서 하는 것보다는 내가 궁금해서 배우는 것이 더 즐겁다. 궁금증을 해결하게 되면 또 새로운 문제와 마주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때로는 한계에 봉착하기도 한다. 한계를 극복하고자 부족한 걸 더 채우게 되고 마침내 넘어서면 또다시 새로운 문제를 마주한다. 나는 숨을 쉴 수 있는 한 배움을 계속하고 싶다.


  사랑과 배움으로도 고통과 무료함을 이겨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면 삶은 고통스럽고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보이면 무료해진다. 그럴 때는 내가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는지를 생각한다. 내가 사랑과 배움을 추구하는 동안 누군가는 그것을 포기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희생과 에너지가 있어서 가능한 삶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의지와 능력만으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나보다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고통이나 무료함을 잊고 어느새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내가 그동안 걸어온 많은 길에는 늘 위와 같은 열정들이 함께 했다. 아직도 내 삶에는 사랑하고 배우고 감사할 일이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간도 기대가 된다.


*위 글은 버틀런드 러셀, 송은경 옮김, <자서전 서문-내 인생의 세 가지 열정>,사회평론,2003을 읽고 동일한 주제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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