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선택 > 권장도서 > 초등1~2

권장도서

산골 아이

지은이
황순원 글/신용섭 그림
출판사
가교
페이지수
108
대상
초등 2
황순원이 40~60년대에 쓴 세 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길 잃은 고양이를 주워다 기르는 아이가 마음의 변화를 통해 생명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는 <골목 안 아이>, 도토리밖에 먹을 것이 없는 산골 아이가 할머니가 들려주는 여우 이야기를 듣고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모습이 잘 그려진 <산골 아이>와 <달과 발과> 들이 실려있다. 문장이 짧고 구수하며 서정적이다. 미디어 서평 '최소 낱말에 최대 의미' 한국문학 간결미의 극치 우리 어린이 문학작품들을 읽노라면 간결미에 대한 갈증이 느껴질 때가 너무 많다. 목이 타도록. 많은 작품들이 낱말들을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장신구처럼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수식어의 남용, 아이인 척하는 어른들의 허황된 말장난..... 이런 와중에 황순원 선생께서 어린이를 위한 단편 몇 작품을 남기셨다는 사실은 우리 어린이 문학을 위해 고무적인 일이다. 간결한 것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황순원 선생만큼 여실하게 보여준 작가가 한국문학사에 또 있었던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는 단편 「소나기」는 문체가 무엇인지 아직 알지못하는 아이들마저도 간결한 것의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체험하게 해준다. 선생의 동화집 「산골 아이」도 예외가 아니다. 최소한의 낱말들로 최대한의 의미를 담는 문장들. 더러는 마침표와 마침표 사이로 숨어버린 말들 때문에 생겨나는 긴장감. 이 책 속에 들어있는 「골목안 아이」와 「산골 아이」의 특히 서술어 부분을 눈여겨 보자. ‘...했다’와 ‘...한다’라는 종결어미가 섞여있다. ‘...했다’가 사건의 진행을 알리는 반면 ‘...한다’는 심리나 정황의 묘사에 생생함을 더한다. ‘...했다’라는 종결어미는 행위의 시간과 서술의 시간 사이에 놓인 거리를 드러낸다. 이 작품들 속에서 시제와 관계없이 사용된 ‘....한다’는 그 거리를 없애버림으로써 한층 강렬하게 읽는이의 감각을 파고든다. 이처럼 ‘...했다’ 뿐만 아니라 ‘...한다’까지 사용한 선생의 문체는, 별 생각없이 ‘....했어요’나 ‘....했습니다’라는 종결어미를 고집하는 태도들 때문에 종종 제한적이 되는 어린이 문학작품들의 문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했다’는 자기고백적인 데가 있지만 ‘....했습니다’나 ‘....했어요’는 독자로 하여금 서술자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드는 말투이다. 이러한 서술자의 개입은 글쓰기나 책읽기의 충분조건인 외부와의 단절 혹은 고독을 방해한다. 자기반성적이지 않은 것은 아이들의 특성이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아이들도 자기자신의 내면과 만난다.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간단없이 서술자가 개입하는 느낌을 주는 ‘...했습니다’나 ‘...했어요’라는 종결어미는 독서행위 중에 생겨나는 일종의 밀실같은 공간의 은밀함을 해치기 쉽다. 「골목안 아이」나 「산골 아이」를 읽으며 마음 속에 그림이 떠오르는 건, 종결어미의 형태에 대한 면밀한 계산에 힘입은 바가 커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삽화와 편집디자인은 선뜻 이 책에 손이 가지 않게 만든다. 때로... 어린이 문학은 이렇게 불행하다. <조선일보 00/09/23 최윤정(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