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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커피 한잔
글쓴이 한영옥

커피 한잔


가슴이 콩닥콩닥 거려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던 20대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커피숍가면 즐겨 마셨던 웰치스 포도 주스. 포도 맛에 톡톡 쏘는 탄산을 한 모금에 쭈욱 들이켰다. 동행한 사람들이 커피를 권할 때 마다 카페인 때문에 못 마신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서 다시 권하곤 했던 것이 녹차이기도 하다. 커피의 카페인 느낌은 모른 채 새내기 20대 초반이 지나고 26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였다. 중학교 수학 기간제 교사를 1년 하던 시절, 주변의 선생님들은 점심식사 후 삼삼오오 모여 믹스커피를 마시며 수다 삼매경을 펼친다. 그렇게 시작된 커피 믹스 한잔.


가슴이 떨려서 못 먹을 것 같았던 커피 한잔이 스무스하게 목줄기를 타고 내려간다. 식 후 마시는 커피 한잔이 얼마나 달콤한지. 중독이 되니 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여러 잔은 못 마시고 하루에 딱 한잔의 커피믹스. 학교생활의 기분전환 코스였다. 그렇게 매일 한잔씩, 주말 빼고 꼬박꼬박 마셨다. 어느 정도 나의 몸이 카페인을 감당할 몸이 된 듯 싶었다. 그 뒤로 계속 마시게 되는 커피 믹스이다.


커피 전문점에 가면 커피믹스가 없으니 대체 할 만한 것으로 먹는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카라멜 마끼야또만 시켜 먹었다. 얼음이 동동동 떠 있는 시원한 카라멜 마끼야또를 쭉 들이키면 한잔이 모자란다. 더 먹고 싶지만 내일을 기약하며 안녕한다. 달달한 마끼야또만 먹다가 어느 날, 우연하게 카페라떼를 맛보았는데 이거다 싶었다. 나이가 좀 더 들은 20대 후반에 가니 너무 달달한 것 보다는 약간은 쓴맛도 같이 감도는 까페라떼가 맛있었다. 그 뒤로 남편과 연해하고 신혼 까지는 계속 까페라떼만 고집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할 때는 커피를 조심해야 하니 안정기에 들어섰을 때만 이틀에 한번 꼴로 커피믹스 딱 세 모금만 마시고 버렸다. 커피를 먹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내 기분대로 먹을 수만은 없었다.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 6살 때 만난 친구 엄마가 바닐라라떼만 먹었다. 그래서 나도 한잔 따라 마셔봤다. 이게 뭐야!! 뭐 이리 맛있어!! 그 뒤로 계속 아이스 바닐라라떼만 고집한다. 바닐라 시럽의 칼로리가 어마어마할 텐데 입맛의 중독성을 벗어나질 못한다. 지금은 하루에 커피믹스 2잔정도 마시고 밖에서 마실 경우에는 바닐라라떼 사먹는 습관으로 커피에 중독되었다. 물 대신 커피로 목마름을 달래고 시원함을 느낀다. 친구와 커피 한잔 마시며 즐겁게 수다 떠는 시간은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살빼려고 아메리카노로 바꾸려 해도 쓰디쓴 맛과 먹고 나서 오는 두통으로 결국엔 다시 우유와 시럽이 섞인 커피로 돌아온다. 어쩔 때는 밥보다 더 비싼 커피를 먹고 있노라면 이게 말이 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커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바뀐다.

지금도 커피 한잔 옆에 두고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즐거움에 동행하는 커피 한잔. 함께여서 외롭지 않고 힘이 된다. 그리고 커피 한잔은 행복한 선상에서 나를 춤추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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