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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지은이
수지 모건스턴/김예령역
출판사
문학과비성사
페이지수
80
대상
초등 4
새 학기에 ‘새 선생님’을 기대하는 아이들 앞에 나타난 선생님은 주름투성이에 공만한 배, 사방으로 뻗친 흰 머리 할아버지다. 하지만 할아버지 선생님은 첫 시간에 아이들에게 ‘조커’ 카드로 즐거움과 진정한 가르침을 준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노엘 선생님에게서 즐거운 인생의 조커를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서평 "인생의 조커"는 누구나 갖고 있어 그러나 쓸 줄 아는 사람은 드물지 오늘 나는 참 행복하다. 다림질 안한 손수건처럼 꾸깃꾸깃하던 마음이 이렇게 활짝 펴진 건 다름아닌 한 권의 동화책 ‘조커’ 때문이다. 포커놀이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 손끝에 들어온 조커가 주는 은근한 기쁨을. 개학. 새 선생님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 학교에 온 아이들 앞에 갑자기 주름살 투성이에다 배는 공처럼 불룩나온 뚱뚱보 할아버지 선생님 나타났다. 실망한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첫인사도 없이 책상 위에 선물꾸러미 하나씩을 놓는다. 무심코 선물을 열어보고 놀라는 아이들. 그 안에는 카드 한 벌씩이 들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카드 뒷면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학교에 가고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지각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거짓말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등 여러 조커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술처럼 놀라운 선물을 받고 흥분하지 않을 아이들이 어디 있을까. 거짓말을 해도 된다니… “나는 너희들에게 매일매일 선물을 줄 작정이다. 학과수업 선물, 책 선물, 동사 변화법 선물, 수학 선물, 과학 선물, 인생이 내게 준 모든 것들을”이라는 말 자체도. 교과서에 있는 지식만 강요하거나, 시험성적에만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공부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행복했다. 하지만 이런 선생님을 교장선생님이 이해해 줄 리 없다. 어느 날 아이들이 한꺼번에 ‘교실에서 떠들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내놓고 떠들어댈 때 교장선생님이 들이닥친다. 교장실에 불려갔다온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달려들어 뽀뽀를 한다. 모두 ‘선생님에게 뽀뽀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쓴 것이다. 사실 우리는 많은 조커를 갖고 있지 않은가. 단지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일 뿐. 선생님의 조커는 바로 그런 인생의 지혜를 가르치는 상징이다. 학교의 몰이해로 선생님은 아이들 곁을 떠난다. 아이들이 만들어 준 ‘행복하고 영예로운 은퇴생활을 위한 조커’를 품에 안고서. 떠나는 노엘 선생님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건 무슨 이유일까. 선생님이 우리들 마음 속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조커’ 한 장씩을 심어주고 가셨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 00/10/21 이규희(동화작가)> 자유와 반항 가르치다 학교서 쫓겨난 뚱보 선생님 반짝이는 유머에 감동 넘실 컴퓨터 세상이 되고 나서 고학년 동화는 그야말로 악전고투다. 꽉 짜여진 아이들 일상의 숨구멍을 그나마 사이버 공간이 차지해 버린 탓이다. 아이들이 즐겨 찾는 사이버 공간은 대부분 오락에 그치는 것이라 삶의 성찰을 목표로 하는 문학과는 다르다. 컴퓨터와 대결하기에 우리 동화는 무엇이 모자랄까? 무미건조한 아이들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모더니티의 결핍이라고나 할까, 난 우리 작가들이 감성은 몰라도 현대의 지성에 약한 면을 아쉬워한다. 『조커-학교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수지 모건스턴 지음, 문학과지성사, 2000)를 읽으면서 고학년 동화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쓸 수 있고 나아가 감동의 세계로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방학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 앞에 새로 부임한 늙고 뚱뚱한 노엘 선생님이 나타난다. 그가 첫 수업 시간에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인 `조커` 카드는 이런 것들이다. 학교에 안와도 되는 조커, 지각해도 되는 조커, 숙제 안해도 되는 조커, 수업시간에 춤춰도 되는 조커…. 아이들은 황당해진 동시에 흥분했다. 그러나 곧 `프랑스 혁명에 맞먹는 반항` 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가장 값진 인생을 배운다. 아니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배운다. 질서의 파괴자로 몰려 쫓겨나는 늙은 선생님에게 그 반 아이들이 준 선물은 이런 것이었다. `행복하고 영예로운 은퇴 생활을 위한 조커` , 과연 성숙의 소산이다. `조커` 는 자신의 선택이고 의지다. 또는 현실에서 살짝 비켜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다. 자기 뜻과 무관하게 타인의 결정과 판단에 휩쓸려 살아가는 현대인, 무한경쟁의 쳇바퀴에 끼여 속도의 노예로 살아가는 현대인. 이 작품은 분명히 사실적 기법으로 그려진 것임에도 자꾸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유머와 난센스의 옷을 입은 이런 지성의 작용은 시대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깊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성공하기 힘들다. 이 작품의 테마는 교육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점도 부러웠다. 나는 현대를 살아가는 법을 말해주는 동화 작가가 우리한테 너무 없다는 게 안타깝다. 나처럼 우리처럼 살라고 말하는 어른은 많아도, 그래 그게 진짜 네 뜻대로 사는 길이지 하고 말하는 어른은 만나보기 힘들다. 현대와의 대결을 포기한 현대의 동화 작가는, 컴퓨터 오락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멈춰 세우지 못할 것이다.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01/07/07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