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민들레 같은 인연
작성자 한영옥 작성일 2023-04-17
작성일 2023-04-17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60세 곱고 고운 분과의 인연은 2016년 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낙 얼굴이 하얗고 화장기 없는 순수한 얼굴 그대로 마음도 예쁜 할머니와 친구이자 가까운 지인이 되었다. 옷발도 잘 받으셔서 내가 작아서 못입는 옷은 보살님(법륜스님 정토회에서 만난 인연이기에 보살님라 호칭함)을 드리면 잘 소화해 내신다.

오랜만에 전화를 드려보니 주말에 계단 오르다가 넘어져 왼쪽 손목이 골절되어 기부스 하고 계신단다. 그래서 일을 쉴 수 밖에 없지만 답답해서 다리는 말쩡하니 여기 저기 주변에 산책하러 다니신단다. 혼자 남한산성 9번 버스 타고 종점 올라가서 커피 한잔 하고 오려고 한다는 말씀에 함께 동행 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딸 아이가 하교 후에 학원 3군데 연달아 다녀오기에 오후 시간이 여유로웠다.

약간 바람은 불었지만 따뜻함이 감도는 봄날이었다. 9번 버스 타고 산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갔다. 따스한 햇볕이 우리를 감싸고 푸릇푸릇해 지는 나무들, 비가 와서 꽃잎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피어있는 벚꽃, 아직 피지 않은 꽃봉우리들이 다시 한번 봄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 중 단연 으뜸이었던 것은 민들레 밭이었다. 마당 온천지가 민들레였다.

사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저 앞마당이 모두 민들레 천지였다. 저렇게 많은 민들레가 핀 민들레밭은 처음 본다.

벚꽃이 핀것을 보면 눈이 위로 가면서 아름다움을 연신 말로 표현한다. 그러나 길가에 핀 민들레 한송이를 보면서는 예쁘다는 말을 굳이 하지 않는데 이렇게 많은 민들레 선물을 받으니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뜻밖의 선물 봄의 향연이 더 기뻤다. 이 아름다움 광경 옆에 살포시 앉아 우리는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오랜만에 이야기 꽃을 피었다. 행복한 수다와 봄의 인사로 남한산성과의 만남을 가진 오늘 오후 시간이었다.

마음이 곱고 나이가 60세로 느낄 수 없는 젊은 감각과 마인드, 외모까지 겸비하여 여여히 나이들어가시는 보살님이 민들레 한송이 같아 보였다. 은은하지만 노랗고 돌틈에서 굳세게 자랄 수 있는 힘을 가지신 분, 민들레 꽃씨 퍼트리니 아름다운 꽃밭을 만드시는 황홀한 민들레 밭 같으신 보살님을 만나 나의 삶과 함께 가고 있는 인연에 감사하다. 보살님처럼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옆에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