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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에게 유한한 시간 [4000주] 를 읽고
작성자 황송이 작성일 2022-06-30
작성일 2022-06-30

처음 책 제목을 본 순간 저자가 주식 4,000주를 산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곧 작은 부연 설명이 눈에 들어온다. 당신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 4,000주라고 하니 금방 이해가 된다. 4,000주는 인간이 보내는 일주일 즉, 한 주를 80세까지 보낸다고 계산했을 때 나오는 총 주수이다. 인간의 생명이 약 4,000주밖에 안 된다니 생각보다 기간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거의 2,500주를 허비한 삶이 아니었는지 심각한 후회가 밀려왔다. 이제 얼마 안 남은 1,500주 동안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게 살았다고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누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고 했던가. 이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남은 것은 지금 현재 나이 든 내 모습뿐이다. 그래서 저자가 이런 나를 위해 서둘러 이 책을 썼나 보다. 더 늦기 전에 진정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중요한 것을 해내며 소중한 것을 잘 간직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저자는 영원히 살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시간 관리법의 핵심은 내가 가진 시간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마침내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저자가 강조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을 여유가 있는가?


마을 공동체에서 기획한 초등학생을 위한 도자기 만들기, 정서를 풍부하게 만드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개설할 때마다 부모님들이 한결같이 아이들이 시간이 없다며 안타까워한다. 함께 비는 시간이 있는지 요일이 있는지 조율하려고 해도 각자 학원 수업, 운동하는 시간이 다르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공부를 잘해야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정서적 활동과 평안과 위안, 위로 등은 성공한 후에나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다. 학력주의도 모자라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 덕분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돈과 힘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깨달을 여유가 있는가?


한 인간을 결과나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쓸모없다고 내치는 조직사회를 본다. 저자는 말한다. 기업은 이익추구가 우선이다. 인건비 삭감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이 경영 성과를 내는 최상의 방법이다. 과정이 아무리 좋은들 보이는 성과, 실적이 없으면 처음부터 가치 없는 작업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성취 가능성이 높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인간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간은 인간의 평안과 기쁨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닌 대기업 및 기득권의 권력 유지와 재정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이다. 따라서 시간은 대부분 인간의 욕망과 목적을 달성시켜줄 수단과 도구에 불과하다. 펜더믹 시대에 조바심을 낸 바쁜 일상은 인간 본연의 삶의 가치를 잃게 만든다. 진정 소중한 일을 기억해 내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이룬 성과만 기억하며 나이들어 간다. 이런 사람은 과거에 잘된 자신의 모습만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진정한 시간관리는 지금 흘러가는 시간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것이다.


최근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으며 그의 사상은 난해하지만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자 시간 속에 흘러가는 존재,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라고 우리를 이해시킨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시간을 소유하고 관리하지 못한다. 그의 말대로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경영자 중에 피터 드러커라는 분이 있다. 수첩에 11초도 꼼꼼하게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서에게 기록하게 했다. 철저한 시간관리를 했다고 자부함에도 비어있는 시간을 낭비했다며 시간을 아까워 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렇게 보면 나는 비어잇는 시간이 너무 많은데 늘 바쁘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시계부, 시간계획도 잘 세워보아도 시간은 늘 부족했고 해낸다고 자부한 일을 마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내가 시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중요한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느낀다. 우주는 내가 바쁜지 전혀 관심없다고 했다. 무심히 자신의 방향대로 순환할 뿐 우주는 인간의 분투함에 무심하다. 인간이라 예민해하고 계속 욕심을 내고 뛰는지도 모른다. 이 와중에 현재의 불안함 때문에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뛰는 다람쥐가 되지 않도록 잠깐 멈추어야 한다. 나를 알아차리고 주변을 알아차리는 일이 필요하다. 책을 읽든, 무언가를 먹든, 설거지를 하든 지금 여기서 있는 나만이 유한한 시간 속에 진정 존재하는 나라는 것을 꼭 인식해야 한다.

 

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해서 나무가 아니라고 말하나요?” 하는 일이 실패한다고 나를 쓸모없다고 여기지 않는 것. 나 자신이 여기, 지금 살아있고 존재한다는 자체가 중요한 거에요.“ --- 김창옥 교수 강연에서 ---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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