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나도 갑옷이 갖고 싶어요.
작성자 이채운 작성일 2021-11-10
작성일 2021-11-10

천하무적 빅토르를 읽고

 

송화초등학교 2학년 4반 이채운

 

내가 손꼽아 기다렸던 여름방학. 하지만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물놀이도 놀이공원도 갈 수가 없다. 부모님은 회사 가시고 중학생 누나도 학원에 가고 나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

이상하게 이럴 때에는 유투브도 게임도 재미가 없다. 심심해서 엄마에게 전화했는데 책 한권 읽기 숙제를 내줘서 어쩔 수 없이 읽게 된 책이 '천하무적 빅토르' 이다. 빅토르는 겁쟁이이다. 발표하는 게 무서워서 친구들 앞에서 오줌을 싸서 놀림을 당하면서 더욱 부끄럼쟁이가 되었다. 지하 창고에 숨어들었다가 온갖 잡동사니로 갑옷을 만들었고 할로윈데이에 갑옷을 입고 갔다가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게 된다. 갑옷 속에 들어간 빅토르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고 뭐든지 척척 해내는 용감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너무 부러웠다. 나는 친구들 앞에 서서 발표하는 게 부끄럽고 힘들지는 않지만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걸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갑옷 속에 들어가면 코로나 걱정 없이 친구들이랑 신나게 이야기하고 장난도 치고 피구도 할 수 있을텐데.

내가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는 전부 코로나 때문이다.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은데 쉬는 시간에도 가만히 내 자리에 앉아서 내가 싫어하는 책을 읽거나 그림 그리기, 낙서하기 정도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색종이를 잘라서 무엇을 만들고 나면 주변이 더럽다고 선생님께 혼이 나기 때문에 만들기도 못한다. 도대체 학교에서 내가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학교가 너무 재미가 없다.

갑옷만 있으면 에버랜드에 갈 수 있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도 할 수 있고 뷔페 먹으러도 갈 수 있을 텐데.

꿈이었지만 빅토르처럼 갑옷에 숨어서 나쁜 짓을 하고 비겁하게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갑옷 때문에 내 몸이 자라지 않는 악몽도 꾸고 싶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만큼은 빨리 없어져서 내가 갑옷을 입고 친구들이랑 노는 상상은 하지 않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글
기분
이전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