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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서와 글쓰기

제목 속편(패러디) 쓰기


속편 쓰기는 읽은 책의 내용을 시대 · 공간 · 등장인물 사건들을 변화하는 새로운 감상 표현의 방식이다. 이어 쓰기와 다른 점은 이어 쓰기는 작품의 주제와 내용은 그대로 살리되 이어질 내용을 상상해서 쓰는 반면, 속편 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이 문학적 상상력과 창작력을 동원하여 자신이 제일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시대 · 공간 · 등장인물 · 사건들을 설정하여 표현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제까지도 다시 설정한다. 이런 점에서 속편쓰기는 독창적인 글쓰기에 해당되며 대단한 글쓰기 실력이 요구되는 활동이다. 따라서 글쓰기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학생은 모방 글쓰기(패러디)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모방 글쓰기는 이미 주어진 형식에 맞추어 새로운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이므로 창작의 모든 과정을 거쳐야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속편 쓰기는 읽은 책의 인물·사건 등을 현대에 위치해 놓고 새롭게 가치 부여하고 이야기를 변형시키는 것이 좋다. 물론 현대가 아닌 다른 시대로의 변형도 가능하지만 학생들에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로의 변형은 낯선 시대의 사회제도, 신분제도, 관직의 구조, 그 시대의 애정관 등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특별한 목적을 지니는 경우에는 특별한 시대를 변형해 설정할 수도 있다. 만약 조선시대의 이야기을 신라시대에 위치해 놓는다면 역사나 사회 교과와 통합되는 가치를 가질 것이며, 현대에 위치해 놓는다면 현대사회 또는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독자의 가치관 등을 파악하고 재점검하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 학생작품의 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패러디하기> 이윤호
때는 광복의 기쁨을 채 느껴보지도 못한 채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1950년 6월. 남한의 수도 서울 외곽에 "타라" 라는 큰 농장을 소유하고 있던 오씨 집안에는 "오수경"이라는 아름다운 철부지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이웃농장을 소유한 위씨 집안의 장남 "위성우"를 흠모하고 있었다. 마침 위씨 농장에서 큰 잔치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성우는 자신과 "미현"의 약혼을 모든이에게 알린다. 포기하지 않는 수경. 모든 아낙네들이 낮잠을 자는 사이에 남정네들은 정사를 논한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이 남침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보를 준 "박두일"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북의 군수공장에 물품을 납품하던 자로 그들의 상황을 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시하는 고위층들..


성우를 빼앗긴 분을 못 이겨 낮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경을 마침 자리를 피해 나오는 성우를 만난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라고 권하지만 그의 마음을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대화를 엿듣고 있던 두일과 운명적으로 마주치는 수경. 마침내 전쟁을 발발하고 수도 서울은 3일도 안되어 북한군에게 점령 당하고 홧김에 결혼했던 수경을 남편이 전쟁에서 폐렴으로 전사하는 바람에 과부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오씨 가문은 부산까지 피난을 가야만 했다. 그러나 한강철교는 끊어지고... 그러던 중 수경이 혐오하던 두일이 이들을 극적으로 구출해 부산으로 가는 도중 성우의 아내인 미현이 난산을 하고 수경은 두일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두일은 문경새제에서 전장으로 발을 돌리면서 수경에게 뜨거운 키스를 남긴다. 부산에 도착한 수경 일행. 하지만 그 곳은 사람 사는 곳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돼지죽과 비누를 만 들어 팔아가던 수경. 그러던 중 연합군의 참전으로 "인천 상륙작전"이 성공해 전세가 뒤집어져 수경 일행은 다시 "타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녀의 집안은 이미 전쟁을 상처로 폐허가 된다. 그런데 박두일이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 수경은 그를 찾아가 돈을 빌리려 하지만 그는 한 때 북에 군수품을 납품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 후 석방된 두일은 수경을 찾아와 청혼한다. 어려운 가정 사정이나 너무나 외로웠던 수경은 흔쾌히 청혼을 받아들이고 서울로 이사를 한다. 나름대로 목공소를 차리고 열심히 일하던 수경은 전쟁에서 돌아온 성우를 채용한다. 그리고 미현의 생일날, 목공소에서 일하고 있던 성우는 자신을 찾아온 수경과 얼떨결에 키스를 하고, 이를 미현의 고모가 목격한다. 이는 수경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녀의 딸인 봉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자동차와 부딪쳐 그녀와 두일이 보는 앞에서 죽고 만다. 그리고 같은날, 전쟁 중의 출산으로 몸이 약해져 있던 미현이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거리는 암담한 수경의 미래를 암시하듯 안개로 자욱하다. 성우의 집에서 수경은 성우를 정성껏 위로한다. 평소 성우에 대한 수영의 마음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두일은 성우의 집을 박차고 뛰쳐나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이를 바라보던 수경은 그를 쫓아간다. 집에 도착한 두일은 다시 떠날 채비를 하고 수경은 이를 말리지만 이미 소용없는일. 그녀는 애원하듯 그에게 떠나지 말라고. 나는 어떻게 하냐고 묻지만 그의 매정한 대답"그건 나도 잘 모르겠소." 실의에 빠진 수경. 그녀의 인생 카운슬러였던 미현도

이젠 없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 스치듯 떠오르는 생각 "'타라'로 돌아가자!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던 '타라'로 돌아가자!" 라고 결심한다. 그녀의 인생은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 !



<소나기 2> 1학년 박창형

소년은 학원을 가던 도중 아파트 라인에서 나오는 소녀를 보고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자기 아빠가 검사로 꽤 돈 많은 집안이라는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옷차림만 보아도 부자집 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이사를 올 때 소년은 소녀가 가는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 이사짐 옆에서 인형을 끼고 있던 소녀의 모습은 어디 한 곳에 머물러 있을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오늘도 소녀는 엄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외출을 했다. 소년은 어느 날부턴가 항상 많이 돌아다니는 그 소녀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소녀가 예쁘다느니 하는 말을 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많이 보고, 마음속으로는 관심도 있는데 소년은 소녀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소녀 또한 나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둘 중에 누군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풀릴 것 같은데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고, 소녀는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기 바쁘니...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오늘은 좀 늦네.’ 하고 생각했지만, 그 다음 날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나보다 일찍 나가나?’ 하고 생각하며 좀 더 일찍 나가서 소녀를 보려고 기다렸지만 계속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어디 여행을 갔다 왔던지 한참만에 소녀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무슨 말을 걸어 보리라. 굳게 마음을 먹었지만 소년은 다시 엄마의 손에 이끌려 가는 소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말았다. 소년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이사올 때처럼 이사짐 옆에서 인형을 안고 서 있었다. 나는 소녀가 이사가는 것인지 이사를 오는 것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소녀가 이사를 오는 것이라면 기필코 말을 걸어 보리라. 소년은 용기를 내어 소녀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소녀는 소년에게 한 번 웃어 보이더니 엄마의 차를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사짐 차도 아파트를 빠져 나갔다.


그렇게 소년은 소녀의 떠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단지 첫인상과 외모만으로 관심을 가지고, 말 한 마디도 못한 소년으로서는 기분이 얼얼한 느낌뿐이었다. 이것을 첫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 나이가 든 소년은 그 시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때의 소년은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를 첫사랑으로 생각하고 싶기 때문이다.


[능인중학교 독서신문(그루터기)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