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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서와 글쓰기

제목 논술 형식으로 표현하기


논술이란 어떤 문제에 대한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밝혀 진술하는 글쓰기의 한 형태이다. 이런 점에서 논술은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 생활의 필수요건이다. 생활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적절히 이루어지기 위해서 논리적인 사고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논리적인 표현을 위해서는 어휘력, 문장력, 독해력, 풍부한 상식, 문제 해결력, 종합적인 표현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경험의 양을 늘려가고, 지식의 폭을 넓히며, 사실에 대한 관찰과 사고의 다양화를 견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논술에 이르는 한 방법으로 다양한 독서를 통해서 간접 체험과 지식의 습득, 다양한 사고를 하게 되며, 나아가 독서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훈련을 통해서 논술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 독서감상 표현에서 논술을 적용한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논술거리를 발견하여 그 논술거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 토론 주제를 통한 논술식 독서감상 표현
논술식 독서감상문은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감상을 논술식으로 진술한 글로 논리적인 진술형식을 갖춘 독서 감상문이다. 논술식 독서 감상문에서의 주제는 책 내용과 관련된 것을 토론과정을 통해 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 다음 주제에 대한 토론과정에서 다른 학생들의 생각과 자신의 소견과 비교, 대조, 분석하면서 타인의 생각을 수용하거나 반박할 자료를 준비하고,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주제에 대한 나의 의견을 논설문 형식으로 작성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독서 토의, 또는 토론 활동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접하게 하여 사고력을 확장시키고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책을 읽을 때는 전혀 생각 없이 읽었던 부분도 이러한 토의사항으로 수업을 하면서 '아하 그렇게 생각해 볼 문제도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을수도 있다. 



- 학생 작품의 예 -

<'동물농장'을 읽고 복서의 죽음에 대한 견해> 1학년 강경필

작가: 조지 오웰

복서는 보다 안락한 여생을 위해 힘든 노동을
이겨냈지만 남은 인생을 펼쳐 보기도 전에 죽고만다. 그러나 남은 인생을 아무런 불평 없이 일해 온 복서의 죽음의 대가는 안락한 삶이 아니라 그도 알아차리지 못한 폐마 도살장행이었다. 그의 죽음은 우리의 현대 사회 속에서의 대중의 무지와 권력의 본질, 그리고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당하는 개인의 비극적 운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게 해준다.


넉넉하게 먹지도 못하고 오랜 시간 노예처럼 일만 하는 복서의 모습은 현대의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닳았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복서처럼 보다 많은 일을 하면 보다 나은 내일을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자본 증식의 도구로서 노동자의 가치도 상실된다. 복서가 평화로운 여생을 꿈꾸며 현실의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하듯 오늘날의 현대인들도 이러한 소시민적인 환상에 매몰되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복서를 위시한 동물 농장의 동물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소시민을 연상케 한다.


복서의 비극적 죽음을 통해 우리는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버리고, 죽음까지도 체제 선전과 지배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당하는 현실을 목도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하나의 인격체가 나라를 위해 자신의 젊음을 바쳤지만 그 이익은 독재 권력과 자본가들이 독차지해 버렸고 마침내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 해고의 위험에 처해 있는 오늘의 현실은 복서의 죽음을 연상케 한다. 복서의 죽음은 또한 전체주의와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배자들은 대중을 무지하게 만들며 무지해진 대중을 이용한다. 이 글 속에서도 만약 많은 동물들이 글을 읽을 수 있었더라면 복서는 폐마 도살장에 끌려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가 빛어지면 복서가 죽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회가 붕괴될 것이다. 결국 전체주의는 소수의 희생에 의해서만 유지되며 이런 권력은 반드시 부패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복서의 죽음은 부도덕한 권력 및
전체주의의
속성과 이에 희생당하는 대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에 의한 개인의 희생은 타락한 권력에 그 원인이 있으며 또한 대중의 무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의 지배 구조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지만 지배층에 편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고로 우리는 권력의 본질을 궤뚫어볼 수 있는 지식인이되어야 한다.

복서의 병복을 빈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한병태는 엄석대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타협한다. 화자(한병태)가 엄석대와 타협한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한병태의 타협> 2학년 박서훈

한병태는 이방인이었다. 서울의 큰 학교에서 누구에게도 꿀릴 것 없이 살아오다가 갑자기 시골의 볼품없는 작은 학교로 오게 된 한병태. 처음 그곳에서의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되어 버린다. 다소나마 민주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서울의 공기를 마시다 온 그에게 있어 엄석대의 말 한 마디를 칼같이 따르고, 마치 그를 두목처럼 받드는 교실의 실제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엄석대 왕국의 신민이 되기를 거부한 한병태는 실제로 이 투쟁에서 그렇게 깊은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한병태의 최초의 투쟁이 엄석대의 독재, 그 자체를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서울에 있을 때의 민주적인 분위기에 대한 향수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엄석대라는 너무나 큰 존재에 가려져 버린 개인으로서 차별성을 가지는 그 자신을 되찾으려는 의도에서 한병태는 반 아이들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그러한 과정은 엄석대에 대한 간접적인 투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엄석대는 나중에 가서는 한병태의 이러한 원초적 욕구를 이용하게 되지만 처음에는 강경하게 대응하게 된다. 엄석대와 쉽사리 직접적인 연관을 찾기 힘든 일들이 한병태를 연이어 괴롭히고, 고통속에서 오기가 발동한 한병태는 어둠 속에서 독재의 실체를 보게 된다. 그러나 독재에 대한 투쟁 또한 성공할 수 없었다. 선생님의 존재는 오히려 엄석대의 힘을 공고하게 해 준다. 점점 절망에 빠져드는 가운데 한병태는 내면에서 꿈틀대는 원초적 욕구를 인식하게 된다.


여기서 한낱 약한 인간일 , 초인일 수 없는 한병태의 한계가 역력히 드러난다. 애초에 독재에 앞선 그의 본능적인 욕구는 특별한 개인으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그것은 배고픈 자유보다는 굴종의 달콤함으로도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를 비난만 할 수 없다. 사실 한병태의 선택이 우리들 대부분의 선택인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이 쓴 극시 ‘대심문관’은 좋은 참고가 되는데, 늙은 대심문관은 양심에 째찍질을 가하게 하는 선택의 자유라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며, 진정한 자유는 사람들의 양심을 편안히 할 수 있는 자만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공허한 천국의 빵보다는 지상의 빵을 추구하며 선악의 의식에 있어서 선택의 자유보다는 평안함을 귀중히 여긴다. 이처럼 우리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자유로 인한 괴로움보다는 균형잡힌 힘의 체제 안에서 안주하기를 진정 원하고 있는 것이다. 엄석대는 그가 원하던 것을 주지 않았던가? 한병태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단정도 내릴 수 없다. 자유라는 것은 확실히 이상적인, 인간의 본질적인 의지에 잘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진 않다.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성급하게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능인중학교 독서신문(그루터기)에서 인용